2008년 금융위기: 통화주의의 시험대

2008년 금융위기 통화주의의 시험대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금융 거물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을 선언했다.

이 날은 현대 경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왜일까?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단순히 한 회사의 몰락이 아니라,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로 평가받았다.

주택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된 이 위기는 금융 시장을 마비시키고, 실물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어떤 대응을 했을까? 그리고 그 대응은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이론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연준의 첫 번째 대응은 신속한 금리 인하였다.

2007년 9월 4.75%였던 기준금리는 2008년 12월 0~0.25%까지 낮아졌다.

이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의 금리 인하였다.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금리 인하는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프리드먼은 대공황 시기 연준이 통화량을 충분히 늘리지 않아 위기가 심화되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2008년 위기 때 연준의 신속한 대응은 이런 역사적 교훈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금융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단순히 금리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돈이 시장에 제대로 흘러들어가지 않았다.

이에 연준은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바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이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대규모로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이는 통화주의의 핵심 아이디어인 ‘통화량 조절’을 극단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은행에 100만 원을 예금했다고 하자.

평소라면 은행은 이 돈의 일부를 대출해주고, 나머지는 준비금으로 보유한다.

하지만 금융위기 때는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현금을 쌓아두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은행의 채권을 사들이면 어떻게 될까?

은행은 새로운 현금을 확보하게 되고, 이 돈을 다시 대출해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경제 전체의 통화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연준은 2008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3조 5천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이는 미국 GDP의 약 20%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프리드먼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대규모 통화 공급 확대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그는 아마도 이를 긍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프리드먼은 대공황 시기 연준이 통화량을 충분히 늘리지 않아 위기가 심화되었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통화 공급 확대에는 위험도 따른다.

통화주의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화폐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면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양적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2008년 이후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여기서 우리는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상황은 이 명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통화량은 크게 늘었는데 왜 물가는 오르지 않았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화페 유통 속도’의 변화다.

화폐 유통 속도란 돈이 얼마나 빨리 손에서 손으로 옮겨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오늘 받은 월급으로 식료품을 사고, 그 가게 주인이 그 돈으로 직원 월급몰 주고, 직원이 다시 그 돈으로 옷을 산다면 화폐 유통 속도가 빠른 것이다.

반면, 월급을 받아서 저금통에 넣어두기만 한다면 화폐 유통 속도는 매우 느려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 화폐 유통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사람들과 기업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경제라는 거대한 기계에 기름(돈)을 부었지만, 기계의 톱니바퀴(경제 주체들)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과 비슷했다.

결과적으로 통화량 증가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기대 인풀레이션’의 역할이다.

프리드먼은 경제 주체들의 기대가 실제 경제 현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2008년 이후 연준은 지속적으로 2%의 물가상승률 목표를 강조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미래의 물가 상승을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되면서 실제로도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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