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세계 경제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특별한 현상과 마주하게 됐다.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괴물 같은 경제 현상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제 성장이 정체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을 말한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을 설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왜 그랬을까?
기존의 경제 이론으로는 이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 물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이론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프리드먼은 스태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이 통화량의 급격한 증가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통화량을 지나치게 늘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처음에는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결국 물가만 오르고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해보자.
여려분이 동네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날 정부가 갑자기 돈을 많이 풀어 동네 사람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빵을 사기 시작했다.
빵집 주인인 여러분은 신이 나서 생산량을 늘리고 직원도 더 고용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밀가루 값이 올랐고, 직원들의 임금도 올려달라는 요구가 들어왔다.
결국 빵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여러분은 생산량을 줄이고 직원도 해고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의 간단한 예시다.
1970년대 미국의 상황을 살펴보자. 1971년, 니크슨 대통령은 금과 달러의 교환을 중단하는 ‘닉슨 쇼크’를 단행했다.
이는 사실상 금본위제의 종말을 의미했다.
금의 제약에서 벗어난 미국 정부는 마음껏 돈을 찍어낼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통화랑이 급격히 증가했다.
1970년부터 1975년 사이 미국의 통화량(M2 기준)은 약 60% 증가했다. 이는 연평균 10%가 넘는 폭발적인 증가율이었다.
통화량이 급증하자 처음에는 경제가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였다.
1972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5.3%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1974년 경제성장률은 -0.5%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물가는 계속해서 치솟았다. 1974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무려 11%를 기록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물가는 오르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영국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
1975년 영국의 인플레이션율은 24%까지 치솟았다.
경제성장률은 -0.8%를 기록했다. 당시 영국 국민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식료품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올랐고, 임금도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다.
노동자들의 파업이 끊이지 않았고,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1973년 석유파동으로 인한 원유가격 급등은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1974년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2%로 떨어졌고, 인플레이션율은 23%까지 치솟았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던 일본 경제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몰까?
프리드먼은 이롤 ‘기대 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사람들이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 어떻게 행동할까?
노동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한다.
기업들은 미리 가격을 몰린다. 이런 행동들이 실제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이다.
예를 돌어, 여러분이 회사원이라고 가정해보자.
뉴스에서 계속 물가가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신은 불안해진다. ‘내년에는 지금 받는 월급으로는 살아갈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에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다른 직원돌도 마찬가지다. 결국 회사는 임금을 몰려준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늘어난 셈이다. 어떻게 할까? 당연히 제품 가격을 올린다.
이렇게 물가는 계속 오르게 된다.
프리드먼은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결국 통화량 조절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중앙은행이 통화량 증가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것이 경제 안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프리드먼의 이론을 더 깊이 둘여다보자. 그는 경제를 거대한 기계로 비유했다.
이 기계에 연료를 너무 많이 넣으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빠르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 과열되어 고장 날 것이다.
여기서 연료는 바로 돈이다.
통화량을 갑자기 늘리면 경제가 일시적으로 활성화되지만, 결국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1970년대의 상황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당시 미국 정부는 베트남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많은 돈을 찍어냈다.
동시에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정책으로 정부 지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는 통화량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경제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곧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의 석유파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원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생산 비용이 크게 몰랐다.
기업들은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떨어졌고,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하지만 물가는 계속 올랐다.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