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미국은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었다.
존슨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사회복지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 정책이 실행되던 시기, 한 경제학자의 눈에는 이 거대한 계획의 이면에 숨겨진 위험이 보였다.
그는 바로 밀턴 프리드먼이었다.
프리드먼은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이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 프로그램이 결국 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왜 그랬을까?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이론에 따르면, 정부의 과도한 지출은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그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동네 빵집을 운영한다고 상상해보자.
어느 날 정부가 모든 시민에게 ‘빵 구매권’을 나눠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좋아 보인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빵을 살 수 있게 되니까.
하지만 곧 문제가 생긴다.
갑자기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 만큼 빵을 빨리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빵 가격을 올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의 시작이다.
프리드먼은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봤다.
정부가 갑자기 많은 돈을 시장에 풀면,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늘어나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만 오르고 실질적인 경제 성장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이 실행된 후, 미국 경제는 프리드먼의 예측대로 움직였다.
1965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평균 6.5%를 기록했다.
이는 이전 15년 간의 평균 인플레이션율 1.9%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였다.
물가는 계속 올랐지만, 실질 경제 성장률은 오히려 둔화되었다.
프리드먼은 이러한 현상을 ‘크라우딩 아웃 효과’로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민간 부문의 투자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대규모 주택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자.
이 때문에 건설 자재 가격이 오르고 인력도 부족해진다.
결국 민간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거나 포기하게 된다.
이는 마치 큰 나무가 주변의 작은 나무들의 햇빛을 가로막는 것과 같다.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재원 마련 방식이었다.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막대한 양의 국채를 발행했다.
프리드먼은 이것이 결국 통화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이를 중앙은행이 매입한다.
중앙은행은 이를 위해 새로운 돈을 찍어낸다.
결국 시장에 떠도는 돈의 양이 늘어나고,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이를 우리 주변의 예로 설명해보자.
당신과 친구들이 함께 사는 집이 있다고 하자.
여러분은 매달 일정액을 모아 집세를 낸다.
그런데 한 친구가 자꾸 돈이 모자라다며 다른 친구들에게 빌린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점점 빌리는 금액이 커진다.
결국 다른 친구들도 돈이 부족해져 서로 돈을 빌리기 시작한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모두가 빚더미에 앉게 된다.
프리드먼이 본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의 문제점도 이와 비슷했다.
프리드먼은 또한 정부 지출 증가가 경제의 비효율성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개인이나 기업은 자신의 돈을 쓸 때 매우 신중하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이 쓰는 돈은 ‘다른 사람의 돈’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친구의 신용카드로 쇼핑을 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평소보다 덜 신중하게 물건을 고르게 될 것이다.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이 이러한 비효율성을 보였다.
예를 들어, 주택 공급 사업의 경우 예산 초과와 공사 지연이 빈번했다.
또한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러 소득을 줄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는 결국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프리드먼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이 정부의 역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있다고 봤다.
그는 정부가 경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통화 정책을 통해 경제 성장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정부는 경제의 심판이어야 하지, 선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프리드먼의 이러한 주장은 당시에는 소수 의견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그의 이론은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케인스주의적 접근의 한계를 인정하고,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로 눈을 돌렸다.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의 교훈은 현대 경제 정책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각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출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제를 부양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재정 건전성 악화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는 우리에게 경제 정책의 장기적 영향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당장의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다 보면,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감기약을 과다 복용해 위장 질환을 얻는 것과 같다.